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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충남 공주] 계룡산 (1)연천봉

by 케쎄라쎄라 2022. 7. 10.

 

산행 시작의 처음을 계룡산으로 정한 것에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몸은 무거워지고 게을러지는 것이 습관이 되어가는 모습에

어느 순간 문득 현타가 왔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무미건조한 삶에 스스로 변화가 필요했던 시기일 수도 있었다.

 

집 주변에도 여러 산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 계룡산을 첫 산행으로 선택했던 것은

이왕 갈거면 조금 힘들더라도 '눈과 마음이 정화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의식이 강했던 연유일 것이다.

 

갑사 주차장

 

토요일 새벽 5시부터 기상하여 졸린 눈을 비비며 준비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막상 산 아래에 도착하여 들이킨 공기는 산행의 시작을 설레게하는 매력이 있었다.

 

날이 뜨거워 오후의 산행은 너무 힘이 들 것이라고 판단하여 새벽부터 나왔던 것이 정답이었던 듯하다.

 

부지런히 떠오른 해 덕분에 갑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7시였지만 대낮처럼 아주 밝았고,

 티끌 없이 경치를 구경하기 아주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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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로 올라가는 길

 

갑사 주차장과 갑사 방향으로 입장하는 매표소에서 각각 3,000원의 비용이 발생하였다.

 

하지만 이 맑은 날에 아래에서 바라본 산의 정경은 비용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고,

빠르게 입장하여 힐링하고자 하는 설렘이 컸던 것 같다.

 

 

적막한 산행의 초입에 고요함을 깨우는 선객이 있었지만

그 마저도 곧 이내 주변 벌레들의 소리와 새소리에 묻혀 귀를 즐겁게 했다.

 

나도 앞선 선객처럼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걷다 보니 회사생활이며,

개인적인 사생활이며 스스로 스트레스에 묻혀

허우적거리던 마음을 내려놓고 아무 생각 없이 정화시킬 수 있었다.

 

갑사 방면 산행 코스

산행은 갑사 주차장을 기준으로 연천봉, 관음봉을 거쳐 삼불봉 돌아오는 코스를 계획하였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계속 생각했던 것은

 

"절대 무리하지 말자"

"힐링하자"

 

딱 2가지만 생각하고 움직였다.

 

그래서 오히려 더욱 경사가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면서 덜 힘들었던 것 같고,

힘들 때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바로바로 쉬면서 올라갔다.

 

 

 

갑사를 지나 흙길을 걷다 보면 계곡들이 줄을 지어 나타난다.

 

거침없이 하강하는 물줄기와 통통 튀기는 물소리를 듣고 있자니 잠깐 오르막길을 올랐다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식히기 위해 뛰어들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머리 위로는 나무들이 햇빛을 막아주고 아래에서는 계곡물과 시원한 바람이 흘러들어와

잠시나마 들었던 충동을 잠재우고 다시 위로 향하는 길을 걸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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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청봉을 향하는 표지판

 

산행을 하면서 조금 불안했던 건 혹여나 길을 잃지 않을까였는데

다행히도 목적지까지 안내하는 표지판들이 중간중간 잘 비치되어 있었고,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만들어진 등산길로 인해 길을 잃는다는 걱정은 기억 저편으로 날려버릴 수 있었다.

 

 

솔직히 산을 올라가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완만한 언덕길에서, 어느 순간부터 경사가 가파른 돌길들이 수를 놓았다.

 

하지만 처음 다짐했던 것처럼 절대 무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고,

중간중간 돌길 구석에서 앉아 물을 마시면서 꾸준히 심호흡을 하면서 움직였다.

 

순간순간 쉬면서 둘러보는 초록 초록한 배경들은 눈을 즐겁게 해 주었고,

간혹 움직이는 다람쥐들이나 새들을 구경하는 재미 또한 있었다.

 

 

울퉁불퉁한 돌길을 꾸준히 걷다 보니 땀이 홍수가 난 것처럼 쏟아져 내렸지만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는 나무 커튼들은 참 다행이었다.

 

 

꾸준히 발걸음을 놀리다 보면 어느 순간 돌길이 멈추고

인위적으로 정비된 데크길이 보이게 되는데,

이쯤 되면 연천봉에 슬금슬금 다가가고 있구나라고 실감하면 된다.

 

물론 데크길 또한 어느 정도 길이가 되었고, 경사도 있었기에 중간중간 휴식이 필요했다.

 

 

데크길의 끝에 도달하면 발을 뻗고 쉴 수 있는 쉼터와 분기점이 나온다.

표지판 또한 친절하게 위치를 표기해주고 있었다.

 

1차 목적지인 연천봉에 가기 위해 200m 정도 더 움직여야 하는데 다행히도 경사 급한 곳은 쉼터 이전까지 끝이 났고

심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걸어가니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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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이내 연천봉에 도착해서 느낀 생각은 '날이 정말 좋아서 다행이다'였다.

 

사방으로 뻥 뚫린 경관은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였고, 생각 없이 멍하니 산 아래 경관을 보면서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었었다.

 

산을 올라오며 고생했던 온몸이 "이런 경관이라면 그런 고생 할 수도 있지"라고 하는 듯 스스로 만족할 수 있었다.

 

산 입구를 아침 7시 30분에 지나친 다음 연천봉에 도달한 시간은 9시 3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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